생활의 Tips

남자의 호르몬, 여자의 호르몬

노하유 0 442


미니스커트를 입고 미끈한 다리를 자랑하는 여자가 엉덩이를 쌜룩거리면서 지나간다. 애인의 팔짱을 낀 상태로 마주 오던 한 남자, 옆에 있는 애인의 존재도 잊은 채 고개가 저절로 돌아간다. 해바라기가 해를 쫓듯이…옆에서 이 광경을 바라 본다면, ‘애인도 있는 저 남자 왜 저러냐?’ 이렇게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하고 말테지만, 이 남자의 머릿속과 몸 속은 여러 가지 네트워크의 작용으로 난리가 난 상태이다. 미끈한 다리와 볼록한 엉덩이가 주는 시각자극은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의 활동을 명령하고, 이는 교감신경을 자극하고 심박을 빨라지게 하면서, 고환에서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급격하게 분비된다. 별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거의 자동이라고 보면 된다.

호르몬이란 혈액에 비해 몸에서 차지하는 양은 매우 적다. 하지만, 신체의 조절이라는 측면에서는 무시 못할 존재이다. 성과 관련된 호르몬으로 대표적인 것이 남성의 테스토스테론과 여성의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프로락틴, 옥시토신이다. 이들의 역할은 남자를 남자답게, 여자를 여자답게 만드는 것이다. 사회학 적인 관점에서의 성역할의 평등성을 주장하는 여성운동가들이 뭐라고 하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남자와 여자는 구별된다. 남성호르몬의 대표적인 특징은 공격성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근육을 만들고, 목소리를 굵게 하며, 정복욕을 갖게 한다. 이에 비해 여성호르몬은 피하지방을 만들어 신체의 곡선을 만들고, 자궁을 발달하게 하여, 임신이 가능하게 하며(프로게스테론, 옥시토신), 가슴 발달과 관련하여 아이에게 줄 젖을 만들고(프로락틴), 젖을 물리게 한다(옥시토신). 행동적인 측면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구별된다. 여자는 타인과의 관계를 중시하고, 남자는 경쟁을 즐긴다. 과제중심과 관계중심의 차이인 것이다. 관계를 중시하는 여자는 가능한 갈등을 피하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반면 남자는 공격적이고 툭하면 주먹이 먼저 나간다. 따라서 남자는 여자에게 말로 이길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여자는 남자에게 힘으로 이길 생각을 해서도 안 된다. 여자는 상호응시를 통해 타인을 관찰하는 데 예민하다. 여자는 표정언어를 읽어내는 데에도 탁월하다. 이러한 행동 특성은 유전자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행동의 유전적인 측면인 것이다. 이러한 행동의 차이를 만드는 것도 성호르몬이다.

남성의 생식기관의 발달과 성장을 관장하는 대표적인 남성호르몬이 위에서 언급한 테스토스테론이다. 이 호르몬은 남성의 고환과 신장 부근에 있는 부신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는 20대 말과 30대 초반을 정점으로 나이가 들면서 점차 평균치가 감소하게 된다. 70대에는 20대 수치의 1/3 수준으로 떨어진다. 나이가 들면, 아무리 힘을 쓰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이유이다. 테스토스테론이 단순히 남성의 특징인 성욕에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몸의 기초대사 조절과 신체조직의 형성을 도와주는 필수적인 호르몬이다. 사춘기 이후부터 신체적, 정신적으로 남성화가 되는데 관여하는 것이 바로 이 테스토스테론이다. 고환과 음경을 발육시키고, 변성기를 오게 한다. 체모는 증가시키면서 머리카락은 감소시키게 되는데 대머리의 원인도 이 호르몬에서 기인한다. 또한 정자가 생성되는데도 관여하는데, 전립선과 정낭의 발육을 돕고 정자의 영양물질이 되는 구연산과 과당의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기초대사조절을 도와주는데 특히 단백질의 합성을 왕성하게 하여 근육이 발달되도록 도와준다.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여성에 비해 남성의 근육이 크게 발달하는 이유도 이 호르몬의 역할에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뿐 아니라 뼈의 성장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사람들이 착각하기 쉬운 것이 남자는 남성호르몬만 나오고, 여자는 여성호르몬만 나온다는 것이다. 여성의 부신과 난소에서 소량의 남성호르몬이 분비되고, 남성의 정소와 부신에서도 마찬가지로 소량의 여성호르몬이 분비된다. 바로 이 남성호르몬이 여성의 팔, 다리에 털이 나게 하고 얼굴에 여드름이 생기도록 한다. 또한 이 테스토스테론은 여성의 성적 흥분과 오르가슴에도 관여한다. 따라서 남녀를 구분 짓는 것은, 성호르몬 단독이 아니라, 각각의 성호르몬의 비율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중년기 이후의 여러 증상이 바로 이 호르몬 균형의 파괴에 기인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경우 40대 중반부터 서서히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되다가 45세~55세 사이에 대부분 폐경이 오게 되는데, 이때 여러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반면 남성의 경우 완전한 폐경이 되지 않으며, 남성호르몬 분비의 감소가 서서히 이루어지기 때문 에 크게 불편한 증상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부 남성의 경우 불편감을 호소하는데, 남성에서 이 호르몬이 부족하게 되면 체중감소, 스태미나 저하, 유방의 발달, 골밀도와 근육량의 감소, 피로감, 우울감 등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성욕감퇴와 성기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의 폐경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뼈에서 칼슘성분이 빠져나가서 생기는 골다공증이다. 어느 우유회사에서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 칼슘이 첨가된 우유를 내놓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맥을 잘못 짚었다고 본다. 골다공증이 칼슘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은 맞지만,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칼슘을 섭취해 봤자 뼈에는 공급되지 못한다. 에스트로겐의 기능 중 하나가 뼈에서 칼슘의 용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골다공증의 원인은 칼슘의 절대치가 모자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폐경기 이후 에스트로겐 분비가 감소함에 따라 칼슘의 용출이 증가되는 것이다. 따라서, 칼슘의 인위적인 보충보다는 에스트로겐 보조제가 골다공증 예방에 더 효과적이다.

자연적인 성호르몬의 감소 이외에, 남성호르몬의 감소를 촉진시키는 것이 음주, 흡연, 비만, 스트레스 등과 함께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등이다. 또한 이러한 나쁜 생활습관은 단순한 남성호르몬의 감소뿐 아니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치를 올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방세포에는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으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효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비만인 경우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아지게 된다. 또한 과음을 하게 되는 경우도 에스트로겐 수치가 상승하게 되는데, 과음으로 인한 간질환이 있는 남자들에게서 여성형 유방, 고환위축, 성기능 장애를 관찰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남성에서 여성호르몬이 분해되는 곳이 바로 간이기 때문이다. 

0 Comments
제목
카테고리
투데이포스팅